※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들어가며
빗속의 구미도는 마녀의 집 등을 한글화하신 하늘에서 비올라님께서 RMVX로 제작한 호러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마녀의 집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게임으로 제작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퀄리티의 작품이며, 내부의 퍼즐들이 기발하고 재미있습니다. 몇차례 여러 곳에서 실황되어진 작품으로 아는 분들은 아실 그런 작품입니다.
저 또한 과거 플레이하고 메모해두었었습니다만, 역시 귀차니즘이…. 간만의 리뷰로 한 번 정리해서 적어봅니다.
* Official Page :
http://blog.naver.com/chronony/60175557653
게임 플레이
깔끔한 인터페이스에 걸맞게 단순명료한 조작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시스템들을 덕지덕지 추가하는 실수를 여러 제작자들이 많이 하는 것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는 모습에서 이 게임에서 무엇을 통해 재미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히 하고 있음을 알게합니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다소 인물 관계가 복잡해 초반 이해가 다소 어렵습니다. 납치당한 여성 가수와 여성 가수의 열혈팬 주인공, 군복무당시 인연인 주진아 대위, 그리고 경찰인 친구 아버지라는 묘한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이게 무슨 조합인지 곧바로 이해가 어려운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더불어 주인공이 이름만 주인공이지 스토리상에서는 사건으로 부터 배재된 타자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보니 긴장감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뭔가 심각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인공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보니 감정이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더불어 주인공이 마치 언에픽에서 제라툴 보듯 유령과 귀신들을 대하며 상당히 잘 연출된 분위기 산통 다깨버리는터라 호러 게임이라고 소개해야 하는지도 잠시 고민하게 만듭니다. 대충 다 짐작가는 흐름의 스토리라서 반전이랄 것도 없는데 여기에 "또 귀신 이젠 지겹지도 않아."같은 대사를 주인공이 읊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각종 미니게임이나 퍼즐 등은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어진 터라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부분적으로 낚시가 있긴 합니다만, 이걸로 외통수에 빠지지 않도록 뒤에 장치를 잘 해둔터라 귀여운 애교로 웃고 넘어갈 수준입니다.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낮은편에 속합니다만, 조금의 조작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ㅈㅈㅇ와의 술래잡기는 상당히 괴로운 구간이었습니다.
몇 몇 퍼즐은 다소 난감하거나 아쉽기도 했는데,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물병이라든지 숫자 버튼맵에서의 랜덤한 확률의 괴물 출현시 중앙에서 커튼을 걷으면 즉사 플래그 인증이라든지 메모(딱히 의미는 없지만)를 미 습득하고 나가는 경우 메모가 사라져버리는 경찰관 구간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재치있는 퍼즐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스토리와는 서로 잘 섞이지 못해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은 퍼즐일뿐이라는 구성이라 다소 아쉬웠습니다. 탁 까놓고 이야기 하자면 중간 모든과정 모두 생략해도 문제가 없는 스토리 구성이라 플레이를 열심히 했긴 했지만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별로 된 것이 없어 내가 뭘한거지 싶은 생각도 조금 들긴 합니다.
귀신과의 술래잡기에서 주변 오브젝트들의 길막은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만, 다소 몇몇은 사전 예방하기 어려움이 많아 사실상 플레이어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낚시적인 부분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술래잡기가 외길이라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은 편이지만, 시야가 좁아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걔의 2D 호러 어드벤쳐 게임에서 술래잡기를 사용하는 경우 원형의 넓은 시야를 사용하는 것은 추격자를 보여줌으로써 그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함이며, 때문에 후방이 없는 전방시야라든지 좁은 시야등은 지양하는 편입니다만, 해당 게임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작은 원형의 시야를 제공함으로써 추격자가 보이지 않아 긴장감은 떨어지는 반면 답답함을 다소 많이 증가시켰다고 봅니다. 더불어 이러한 작은 시야로 인해서 일직선의 정해진 경로를 얼마나 실수없이 이동하는지 알아보는 수준의 술래잡기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장은 마녀의 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게임임을 밝힌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이브포인트 방식입니다. 은근히 호러 어드벤쳐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으로 비저장 구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외통수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며, 비저장 구간에서의 보다 자유로운 연출행위가 가능해지는 등의 여러 장점을 지닌데 반해서 플레이어로써는 다소 답답한 플레이와 더불어 비저장 구간에서 실수가 곧 식상해진 구간의 반복플레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의 단점을 지닌 방법입니다.
잘쓰면 좋고 못 쓰면 나쁜 그런 방법인데 본 작품에서의 활용은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장 구간의 배치가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너무 정석적인 배치에 가깝다보니 세이브 포인트만 보고도 앞의 전개가 쉽게 추론 가능해서 긴장보다는 안도감이 많이 들며, 세이브 포인트의 갯수가 4개 뿐이라 조금은 압박으로 다가옵니다만, 해당 게임의 분기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라 세이브 포인트가 부족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분기의 시점이 사실상 한지점에서 모두 갈라져 나가는 데에도 불구하고 세이브 포인트 방식을 사용함으로 되려 필요 저장슬롯을 둘로 늘려버려 전 엔딩을 보기 위해서 플레이어에게 불필요한 반복구간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점은 단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사 빨리감기 기능이나, 선택지를 통해서 긴 이벤트에 대한 스킵 여부를 묻는 등의 세심함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픽&사운드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에 적절하게 쓰인 파티클 효과라든지 광원의 사용이 잘 어울립니다. 비주얼적으로 각종 이펙트들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적재적소에 잘 사용했을 뿐더러 맵배치 또한 깔끔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의 ㅍㅈ를 빼고 말이지요.
연출적으로도 섬뜻하게 만드는 자잘한 부분들이 잘 되어 있는터라 스토리적으로는 호러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름 호러게임스런 분위기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운드 역시 좋습니다. 효과음이 잘 사용되어 있어 만족스러운 가운데 배경음의 경우 중간 중간에 공백이 있어 조금 아쉽습니다. 멜로디를 삽입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었다면 환경음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오며
개인적으로 국내 제작된 호러 어드벤쳐 게임 중 가장 뛰어난 비주얼과 연출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점에서 다들 한번씩 플레이 해보길 권장하는 작품입니다. 조금 아쉽지만 이미 완성되었고 쉽게 고치기도 어려운 수준인 만큼 후속작을 기대해 봅니다.
ps. 군대이야기는 역시 남에게 하기엔 좋은 소재가 아니라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