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그마 Review

※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1. 이니그마

  "이니그마 - 가족이라는 이름의 환상"은 AV Medie Lab에서 2014년도에 RPG Maker VX Ace로 제작한 공포 게임입니다. 의문의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자택에서 보안장치를 해제하고 탈출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으로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는 아오오니나 매드파더와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처녀작을 유래없이 두차례 텀블벅에올라온 만큼 투입된 인력이나 작품의 볼륨이 큰 작품으로 삼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게임은 현재 공식 블로그에서 무료로 공개 배포중입니다.

  * Official Site : http://cafe.naver.com/avmedia

  * Download : http://blog.naver.com/tabrls/40211639466

2.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일견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CG와 인트로 동영상만 보더라도 이 게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입니다. 그래픽은 캐릭터들마다 표정별로 그려진 SCG와 주요 구간마다 삽입된 더빙과 적절한 사운드 그리고 전반적으로 뛰어난 연출은 감탄이 나오게 합니다.

  본래 비주얼 노벨로 제작되려다가 방향을 선회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여타 어느 작품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까방권을 드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3. 잘 만들어진 미니 게임

  게임 전반에 걸쳐 각종 미니게임들은 단순하지만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이 한눈에 보이는 수준입니다. 그래픽도 준수하고 시스템도 괜찮습니다. 일부는 게임 진행에 있어 다소 벗어난 듯한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반복 플레이에 대한 대비도 잘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앞서 언급한 외적 요소와 더불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하면서 가장 재미 있었던 요소이며 클리어 특전으로 따로 떼어내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그렇게 형님의 일기장은 오늘도….)

4. 초월전개

(딱 여기까지….)

  스토리 자체는 반전이 있으나 예상범위에 있는 흔한 전개였습니다. 2003년작 영화 아이덴티티의 향수를 물씬 느꼈는데 근래에 플레이 했던 국산 알만툴게임인 프시케(PSYCHE)와 I MU도 다 이랬던걸 보면 확실히 제작자가 생각하기에 매력적이 소재이긴 하나 봅니다. 그러면 저는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플레이어가 생각하기엔 매력적이지 않은 소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개 자체는 위에 올려둔 저 엔딩까지가 가장 적당했다고 생각하는데 게임은 생각외로 매드파더급의 초월전개로 나아가 놀랬습니다. 멀티엔딩이긴 한데 딱히 크게 차이를 잘 모르겠고, 진엔딩이라고 붙어있는 것도 사족같아 결말도 썩 그리 좋지 않아서 여러모로 깔끔하지 못 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떡밥의 회수 측면에서는 제 기능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상 기대했던 분기는 이보다 앞에 있었는데 모두 종료되어버린 후여서 이거나 저거나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보니 보고도 시큰둥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개판이니 그런 것은 아니고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치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무난 무난했지만 아쉬운 정도? 스토리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만, 저와는 다소 맞지 않았다고 봅니다.

5. 불친절한 진행

  초기 배포버전부터 플레이해온 소감을 이야기 해보자면 그래도 초기에는 없던 지도도 생기고 아버지의 유품인 장신구를 사용하면 힌트도 주기 때문에 이전만큼 헤메지는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입구 표시도 뭣도 없는 지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표지판도 명패도 없는 대저택 수많은 닫혀 들어가지 못했던 방 중에서 안방을 찾아가거나 잠깐 대사를 놓쳐 다시 플레이 했던 아찔함을 생각해보자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게임 진행 방향에 판단근거의 획득은 기본적으로 온갖 오브젝트와 장소를 뒤져야만 획득할 수 있다보니 플레이어가 헤멜 요소가 산재해 있습니다. 중간 중간 일부 요소는 그 해법이 "이걸 이렇게?"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작위적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퍼즐 요소가 부족하다보니 캐릭터들이 입으로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진행이 붕 떠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제한된 수량을 가진 잠깐 반짝 켜지고 마는 성냥으로 진행하도록 한 것은 그다지 썩 좋은 진행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을 하다보면 헤멜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헤메는데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 게임은 헤메는 만큼 성냥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성냥은 하나의 숨겨진 오브젝트를 획득하는 즉시 꺼지므로 필요하면 다시 켜야 할 뿐더러 일부 오브젝트는 없다가도 다시 생기기 때문에 한 번 확인한 장소라도 안심할 수 없어 성냥의 낭비는 가속화 됩니다.

  사실 상식적으로도 이 조그마한 성냥쪼가리로는 대저택을 밝히는 것은 무리수였습니다. 이것을 그래도 꼭 넣어야 했다면 공포도 감소(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감소되는 것이 나쁜 것입니다.)와 장소 탐색 기능 중 하나만 택하고 후자의 경우 수량 제한을 없앴어야 했습니다. 이미 주변에 살인자가 돌아다닐 경우 켜는 것만으로도 패널티가 존재하는 도구인데 거기에 수량제한까지 있어서 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낭패인데다가 공포도가 감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또 그나름대로의 낭비가됩니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서 불친절한 진행이 엮여 헤메기 시작한다면 그대로 게임오버입니다. 당신은 이미 죽어있습니다.

6. 독이된 무작위 요소

  이 게임에서의 레벨디자인상 가장 큰 패인은 바로 남발한 무작위 요소에 있다고 봅니다.

  무작위 요소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플레이어가 반복 플레이를 하더라도 매번 다른 경우가 나올 수 있도록 해줍니다. 때문에 미리 알고서 대비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게임의 신선도를 연장시켜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도 여태 만들어본 온갖 게임에 다 무작위 요소를 넣어왔습니다. 리플레이성이 중요한 게임에 있어서 필수나 다름 없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작위 요소라는 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써야할 곳이 있다면 반대로 쓰지 말아야 할 곳도 있는 법입니다. 때론 무작위 요소라도 제작자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된 선택지만을 넣어둬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작자 자신도 게임 플레이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게 되며 결국 게임 전체의 레벨디자인을 망치게 됩니다.

  이니그마의 사례로 돌아가보면 게임내에서 오브젝트 조사시 이러한 무작위 요소에 대한 체크가 진행됩니다.(물론 모든 오브젝트에 대해서 무작위 체크가 적용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을 하면 마찬가지로 무작위의 도움되는 아이템을 얻게 되고 실패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성냥이라는 것과 맞물려 돌아가게 되면서 게임 진행은 겉잡을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살인자의 출현 또한 무작위 요소입니다. 살인자가 출현해 발각되면 도망쳐 어딘가 숨어 있어야 하는데 도망치다가 맞으면 체력이 소모되고, 숨어 있는 동안에도 꾸준히 공포도는 감소됩니다. 방에서 본 살인자가 도망친 복도에도 있고, 놀라서 재빨리 피해 숨었더니 숨어있는 방에도 있는 이런 난감한 상황도 가끔 나오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슈퍼마리오의 잔여시간 400초가 미쳐 날뛰고 있는 셈입니다.

7. 세이브&로드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가지고 이 게임의 성공적인 플레이 전략을 줄여 이야기 해보자면 "세이브&로드"입니다. 초회차 아무런 지식기반이 없는 사람이 엔딩까지 클리어 했다면 이는 100% 여러번의 불러오기를 통한 진행을 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 게임은 초심자가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엔딩까지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 "세이브&로드" 신공을 사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랜덤으로 아이템이 나와서 성냥이 부족하다고요? 그럼 조사를 하기에 앞서 저장을 하고 성냥이 나올때까지 반복하면 됩니다. 성냥을 켰는데 방에서 아무것도 못찾아 낭비되게 생겼다고요? 그럼 사용하기 전으로 되돌리면 됩니다. 방을 나섰는데 살인자가 있다고요? 그럼 살인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반복하면 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주려한 의도는 좋았으나 그 방법이 잘 못되어 그 결과를 제작자마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플레이어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닌 편법을 찾게 됩니다. 그 결과 플레이 자체에는 문제가 사라졌으나 긴장감도 함께 사라지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해 버렸습니다. 게임 전반적인 플레이가 이러다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물론 "세이브&로드"를 반복하는데 안그럴 게임이 어딧냐 싶겠습니다만, 그런 플레이로 가지 않도록 잘 레벨디자인 되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8. 빛좋은 개살구

  생각보다 많이 아쉬운 게임입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게임이지만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통제 불가능한 무작위 요소를 줄이고, 불필요한 타임어택을 빼버린 다음 게임 진행에 있어서 보다 탄력을 줄 수 있도록 퍼즐 요소를 강화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라고 추천하기는 다소 어려운 게임입니다만, 노벨류 게임에 가까워 시청각적인 만족이 높으므로 실황용으로는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게다가 생방에서는 "세이브&로드" 신공 같은 꼼수를 부리기 어렵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그럼 이글을 보는 모든 게임 방송 BJ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하는걸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