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1. 절벽토끼
절벽토끼는 팀 비버 셋(안말이, 밤, 쿄찬)에서 2015년도에 RPG Maker VX Ace로 제작한 퍼즐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동결소녀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분위기와 장르는 다소 상이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방스 추천작 투표가 종료되었기에 여기에 본 게임에 대한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 플레이한 것은 1.03버전으로 향후 게임이 버전업 되는 경우 본 리뷰와는 다소 상이해질 수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의 일부에는 스포일링되는 부분이 있으니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가볍게 뒤로가기를 눌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스크린샷의 일부는 공식 블로그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래픽 입니다. 전반적으로 어디 남의 옷 입은 것 같은 구석이 없는 조화로운 그래픽입니다. 전체가 모두 자작 그래픽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더라도 조화롭게 잘 구성한 것이 일품입니다. 더불어 사용된 제작툴의 특성상 각진 맵배치가 나오게 되어있는데 이를 잘 살린 것도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 전달력 높은 스토리
( △ 나는 살고 싶어…너와 함께! )
게임 전반적으로 일관되도록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사회의 가뜩이나 좁은 취업난에는 역시 인맥타고 들어가는 낙하산이 짱이며 축생같은 놈이 제대로 사람 대접받고 살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가슴 뜨거운 교훈이 아니라 경주마처럼 앞만보고 달려나가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진실로 바라는 꿈과 희망에 대해서 다시한번 쯤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무료게임 제작자 센(せん)님의 작품군의 대머리 아저씨처럼 세계관내 데우스 엑스 마키나들로 인해 갑작스레 제공되는 작위적인 전개나 이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반응이 저와는 다소 맞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정원 한마리의 바늘구멍 같은 공채가 시험에 면접까지 종료된 판국에도 아무것도 모른채 열심히 Can Your Pet?을 찍고 있을 다른 절벽토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를 설계한 제작자들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4. 적절한 레벨디자인
스스로 점프를 하지 못하는 진달래부터 도중에 조작 가능해지는 아모, 그리고 이 둘을 번갈아가며 하는 조작 등 점점 단계를 높여가며 진행되는 퍼즐의 구성이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앞서 가볍게 알려주며 이에 당황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칭찬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 그리드 이동의 한계
역시 가장 아쉬운 것은 점프입니다. 그리드 기반 이동을 하는 RPG Maker 특성상 여타 일반적인
게임과는 판정이 상이합니다. 점프하는 타이밍에 맞춰 달리기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보다 멀리 날아갈 것 처럼 생긴 게임이지만,
육안으로 해당 지점에 도착한 시점에는 이미 트리거가 작동한 이후입니다. 점프 중 누르고 있으면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이 것은 RPG Maker 기본의 점프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던 문제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달리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는 발판의 화살표가 짧게 뛰기(=>)와 멀리 뛰기(=>>)로 스위칭 되도록 연출해준다거나 발판에 닿기
전에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할 타이밍을 시각적으로 표시해준다거나 하는 보완책이 있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미 그리드 이동 방식에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익숙치 않을 불편한 조작인데 이를 알지 못할 일반인들에게는 오죽이나 했겠습니까?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에게서 돌아올 난이도가 높다는 피드백은 정말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익숙치 않고 모름으로 생긴 불편함에서 온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 △ 그리드 이동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민폐 마법소녀 정미소! )
개인적으로는 마사토끼님의 민폐 마법소녀 정미소처럼 RPG Maker 기본의 점프 기능을 버리고 캐릭터 스프라이트를 픽쳐로 대체해서 보다 여유로운 판정과 조작을 구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6. 짧고 간결한 미니게임
2시간 내외 분량의 깔끔한 단편 퍼즐 게임입니다. 불편한 조작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수준의 수작입니다. 난이도 선택시 자존심을 버린다면 게임오버에 대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7.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매드파더에게 미사오가 있듯이 절벽토끼에게는 동결세계라는 이름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이 존재합니다. 물론 둘은 서로 다른 게임이긴 합니다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깨알 같은 부분들을 통해서 본작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8. 플레이 영상
나름 RPG Maker의 그리드 이동방식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역시 다른지 초반에 많이 암걸리는 게임 플레이입니다. 켠김에 왕엔딩까지 진행한 논스톱 플레이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