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RPG Maker VX를 알게되고 아방스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도 어연 2년차. 벌써 한해가 마감하는 시기,
만들다만 프로젝트도 하나 둘씩 쌓여만 가고 더 이상 '괜찮아, 이러면서 실력이 느는거지. 다음에는 더 좋은걸 만들 수
있을꺼야.'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취미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면 뭐라도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오랜 기간을 함께해온 닉네임처럼 습작만 만들다가 끝나버리는건
아닌가 불안감마저 들었습니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경종이 머리속에 울렸습니다.
그래서 그간
만들던 중·장편을 모두 묻어버렸습니다. 처음 RPG Maker로 작업을 했던 것은 RPG 였습니다만, 아무래도 스케일은 크고
능력은 부족해 한 번 중단한 전적이 있는데, 그 이후 타협해서 스케일을 대폭 줄인 어드벤쳐물들도 아직 제겐 능력밖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만들면서 이게 정말 재미있을까 의문만 들던 작품들을 잠시 접어두고 능력에 맞는 간단한 작품을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닌듯, 간단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서도 몇개의 작업을 더 폐기하고나서야 단기간에 제 능력으로 완성해볼만한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Lathrion님의 아오오니 2Player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처럼 적은 볼륨의 게임이라면 단기간에 완성을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이벤트로 만들어진 아오오니는 충돌체크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상당히 제약되는데, 히로시가 2층으로 이동하는 경우 바로 근처에서 시작하고, 히로시만 화장실 등을 통해서 장소이동이 가능한 것 등은 이러한 연유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입니다만, 플레이어인 히로시가 화면 중심에 위치하는 탓에 이벤트인 아오오니가 화면에서 나가버리면 위치를 알 수 없어져 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밖에 서로 이동속도가 엇비슷하다보니 계속 하고 있으면 게임이 끝나지 않게되는 부분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룸 오피스텔의 밤
( △ 량님과 모쟁님의 합동 실황 )
처음 컨셉은 살인마를 피해 탈출하는 게임이었습니다만, 과도한 잔인한 묘사는 전연령 커뮤니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나홀로집에처럼 어른과 아이로 캐릭터들을 변경했습니다.(그러나 이것이 훗날 실황자들이 게이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일단은 앞서 소개했던 아오오니 2Player를 플레이 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결하고 보다 더 나은 2인용 술래잡기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분할된 화면을 사용할 것, 리플레이성을 증가시킬 것, 게임이 진행이 정체되지 않도록 할 것이 그것들 입니다.
분할된 화면을 사용하는 것은 한 화면에서 도망자와 추격자가 모두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충분히 언급한 바 있기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삽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다 넓은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 없이 무작정 진행한 부분도 없지 않아서 하지 않아도 되었을 불필요한 반복 작업이 생겨 매우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다시 새로 만들었으면 새로 만들었지 이것을 계속 이어서 수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리플레이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게임내 랜덤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모태가 된 게임에서는 같은 맵, 같은 위치에서 시작되므로 동일한 전략과 진행으로 게임이 흘러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12개의 방과 12개의 화장실, 탈출에 필요한 아이템인 열쇠와 화장실에서 탈출 가능한 창문의 닫힘여부, 각 지역의 소등 여부, 소용돌이나 크래파스 문 등의 오브젝트, 술래의 시작 위치까지 모두 랜덤으로 배정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반복 플레이를 함에 있어서 맵에 익숙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게임 자체가 그다지 계속할만큼 매력적이지 않기에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크게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분량 대비 가성비가 가장 낮은 작업이 아니었나 합니다.
게임의 잰행이 정체된다는 것은 방하나, 테이블 하나를 앞에두고 계속 빙글거리기만 하는 등의 교착상황이 가져다 주는 루즈함을 없애겠다는 이야기 입니다. 때문에 게임 초반에는 도망자가 추격자에 비해서 유리하지만 시간이 경과할 수록 추격자가 유리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게임 초반에야 도망자는 화장실간을 랜덤 이동하고 일부 방들 끼리는 왕복 이동하며 방문으로 같이 들어갔다가 혼자서 화장실 창문으로 탈출하는 등의 기기묘묘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술래가 열쇠를 획득하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와 오브젝트의 철거행위로의 이동의 제약이 걸려 승부를 보지 못하면 결국 지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를 구현한 0.5a버전부터 알파테스트를 거쳐 0.9b버전까지 완성하고 본격적으로 공개 배포를 시작했습니다. 피드백이 들어오면 이를 수렴해서 1.0버전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었는데 피드백은 전혀 오지 않은 상태로 자가 테스트를 반복해서 0.94b 버전으로 현재의 배포버전이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
당시에는 일단 뭐라도 만들어야 겠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간과한 사실입니다만, 이 게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로컬 멀티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한 컴퓨터로 둘이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하려면 일단 두명이 같은 장소에 있어야만 합니다. 싱글플레이도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애당초 로컬 멀티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 나오게 된 이유 부터가 짧고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기에 복잡한 A.I의 구현이 필요한 싱글플레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때문에 관심이 생기다가도 하지 않는 그런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로컬 멀티플레이만 지원하는 게임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임을 실황해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제작자도 만들어 놓고선 '아차, 이걸 누가 하겠어?'라고 생각한 물건인데 누군가 다른 사람이 플레이를 해준다는 사실은 너무도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부끄러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만들었던 것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나름 제작을 통해서 배운 것도 적지 않았기에 이후 Project G에서는 무식하게 노가다 작업을 하는 일은 줄었으니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몇 가지 처녀작을 제작하면서 얻은 교훈을 남깁니다.
* 일단 뭐라도 완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미완성작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세상에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게임은 없다.(2011년 안에 완성하려고 했으나 결국 해를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 그래도 처녀작은 작은 스케일로 시작해라.(당시에 같이 기획했던 큰 작업물들은 아직도 완성을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