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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PC

왕녀와 기사 Part1 Review

습작(習作, etude87) 2013.10.21 10:37
※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오랜만에 RPG Maker(이하 알만툴) 커뮤니티인 아방스에 우수게임이 새로 선정되었다. 게임의 이름은 '왕녀와 기사(제1화)'. 소프트아이스크림님이 제작한 게임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님은 이전에 '물방울 소리[각주:1]'라는 호러어드벤쳐게임을 제작한 적이 있는 분이다. 처녀작이 아니기 때문에 새삼 새로운 게임을 제작한 것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호러어드벤쳐에서 SRPG로의 급격한 장르변환과 RPG Maker XP(이하 RMXP)에서 RPG Maker VX(이하 RMVX)로 툴을 전환한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스크립트

  알만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사용 스크립트이다. 누가 어떤 스크립트를 사용해서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는 다소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나, 알만툴을 다루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왕녀와 기사'는 일본의 유명 알만툴 스크립터인 tomoaky[각주:2]님의 SRPG스크립트를 사용했다. tomoaky님의 SRPG 스크립트 시리즈는, 현재 RMVX SRPG 스크립트 중에서는 FFT(Final Fantasy Tactics)를 롤모델로 제작된 GubiD님의 GTBS[각주:3]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tomoaky님의 SRPG 스크립트 시리즈는 현재 세번째 버전(SRPG3D)까지 나왔는데, '왕녀와 기사'에서 사용한 것은 가장 첫번째 버전이다. 이는 제작시기의 문제라기 보다는, 알만툴 커뮤니티인 아방스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던 것이 해당 버전의 개조판[각주:4]이었기 때문이었다. 해당 버전은 tomoaky님이 업데이트를 중단한 버전(별도의 씬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새로운 버전인 SRPG2로 넘어갔다.)이며,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전투 중 다른 씬처리 불가 등은 이후 버전인 SRPG2에서 개선되었다.)가 해결되지 않았을 뿐더러, SRPG2에서 변경된 자잘한 내용(대기시 방향설정, 공격·방어·기술메뉴의 통합 등) 역시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 이러한 해당 스크립트가 지닌 여러 단점들을 주의 깊게 보게된 까닭은 팀 일리아스[각주:5]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해당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점들은 본인이 직접 해당 스크립트의 상점씬과 부대편성씬, 그리고 전투중 정보창 등을 작성·수정하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후 '왕녀와 기사 제 2화'에서는 SRPG2를 사용하여 제작된다.(GTBS로 작업되지 않아 아쉽다.) 때문에 위의 문제는 이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리라 본다. 

전투


  '왕녀와 기사'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승리조건은 바로 '~를 지켜라'[각주:6]이다. 이 게임에서는 전투 중 메인 캐릭터에 해당하는 유닛의 생존이 반드시 요구된다. 해당 유닛은 방어에 취약한 유닛인 경우가 대다수인데다가, 전체적으로 공격력이 매우 강한 반면, 방어는 취약하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방어적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연스레 근거리 공격유닛의 경우 효자스킬인 '방어태세'에 버프인 '얼음방패'나 '바람장벽'등의 버프를 받고 탱킹·길막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공격력과 방어력은 연동되어 변하기 때문에 근거리 공격유닛들은 공격력은 참으로 비루하게 변하며, 이 때 그나마 유용한 공격스킬로는 스턴을 거는 '방패치기'나 다음턴의 반격스킬이자 방어력 버프인 '방어태세'정도밖에 남지 않게 된다.

  결국 적 유닛에게 딜링이 가능한 유닛은 원거리 공격 유닛이자 마법유닛들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이 유닛들은 '저격', '얼음화살', '얼음꽃' 등 적 유닛을 원킬하는 강력한 공격스킬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력 유닛으로 활동하게 되며, 이는 곧 레벨업의 격차를 불러와 점차 그 간극이 심해지게 된다.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원거리 유닛들의 경우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20레벨이었으나, 가장 많이 탱킹을 하면서 반격으로 경험치를 주워먹었다고 생각되는 아모스(근거리 유닛)도 18레벨에 그쳤다.


  물론 이러한 방어적인 전투가 무조건 적으로 단점이라는 것은 아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방어적인 전투들이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투를 보다 긴장감있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가용 유닛의 증가로 인해 방어가 수월해짐은 물론이고, 점차 적유닛의 색적범위가 위 그림에서의 전투와는 달리 줄어들기 때문에 각개격파가 가능하여 전투의 긴장감은 줄어들고, 일부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투에 이르러서는 지루함마저 일게 된다.

  실제로 마지막 전투에서의 승리조건은 10턴을 버티는 것이었지만, 절반은 적의 진군으로 지나갔으며, 남은 방어시에도 각종 버프와 기술, 도구로 인해 아군측 데미지는 1~5정도를 오고간데다가, 공주의 원격 체력회복으로 데미지는 거의 받지 않았다.(참고로 아군 최강의 마법 딜러인 에리스의 경우 스킬 사용시 데미지가 1000을 넘는다.)

  때문에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적의 공격이 아닌 조작 미스로 인한 진영붕괴(길막하던 근거리 유닛의 장소 이탈 또는 보호 대상 유닛의 장소이탈)이다. 특히나 캐릭터의 행동 이후의 이동은 낙장불입인 만큼 게임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실제로 본인의 경우 패배의 90퍼센트 이상이 조작 미스였다.)


  그에 비견될만큼 두려운 것으로 신규 캐릭터의 기술 미장착 후 전투속행이 있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스크립트가  전투 중 또는 편성 중에 저장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그 이전에 로드 후 출격 씬이 재 로드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스킬장착 시스템 사용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스킬장착 시스템은 보다 전략적인 전투를 위해서 캐릭터의 사용 가능한 스킬을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전투의 출격 전에 캐릭터의 사용 가능한 스킬을 점검하고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왕녀와 기사'에서는 스킬장착이 불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유용한 스킬이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장착 가능량이 전반적으로 보유스킬에 비해 많다. 선택에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스킬장착은 번거롭기만 하다. 


  그 밖에 SRPG에서의 잦은 파티인원의 변경은 불편하다. 애써 키워놓은 유닛이 돌연 파티를 이탈하여 장비와 전력을 감소시키는 것은 예로부터 많은 SRPG에서 유저들의 원성을 사온 것인데, '왕녀와 기사'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하나 하나의 스테이지가 독창성 있게 꾸며진 것은 매우 좋은 점이나, 유닛 성장이 있는 SRPG에서 취할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기약없는 파티이탈보다는 부대편성씬에서의 출격불가 또는 출격인원제한, 출격고정 등을 사용하는 편이 보다 나았으리라 본다.

  그 밖에 아쉬운 점으로는 '왕녀와 기사'에서 무기 중 세실 시리즈(세실의 대검, 세실의 장창, 세실의 장궁)가 있다. 게임 다운로드를 하기위해 소프트아이스크림님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게임 소개중에도 언급되는 무기인데, 명중률이 매우 낮고 공격력이 매우 높은 무기이다. 로또스타일의 무기라는데, 그 명중률이 너무 잉여스러워서는 그냥 사용할 수 가 없는 무기이다. 해당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명중률 보정 스킬들(집중 공격, 얼음화살, 얼음의 일격)의 사용이 필수이다. 하지만 대검은 방패착용을 하는 탱커나 이도류에게는 불필요한데다가 잉여 근접에게는 사용해야할 스킬이 따로 있고, 각종 버프로 인해 공격력이 너무 비루하므로 논외로 하고, 장창이나 장궁의 경우 워낙 마법이 출중한데다가 마법이 통하지 않는 적에게는 공격력 보정스킬을 사용한 공격이 먹히지 않으므로 쓸 수가 없다.

  게다가 은근히 아이템 사용이 필요 없고, 적의 상태이상 활용 비중이 적으며, 아이템 구입이 전체에 걸쳐 단 한번 뿐이라는 점 또한 아쉬운 점이다.

스토리

  이러저러한 점에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적었으나, 단점만 존재했다면 아방스 우수게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왕녀와 기사' 에는 앞서 이야기 한 단점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스토리이다.

  사실 '왕녀와 기사'는 전투는 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스토리가 좋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고, 그 속에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숨겨졌던 비밀들이 드러난다.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너무 무거워 지지 않도록 개그요소들이 곳곳에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캐릭터의 모션이 다채롭지는 않지만, 적절한 페이스 그래픽과 감정아이콘으로 이를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비주얼 노벨과 같은 스텐딩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았을 테지만, 작업량을 생각하자면, 오히려 이쪽이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미리 뿌려두었던 떡밥들은 깔끔하게 모두 정리 되었고,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다음편 예고를 통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있어 모두 플레이 하고 나면 한편의 동화를 읽은 느낌이다.

그래픽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것은 바로 그래픽이다. 기존의 알만툴 RTP의 소재를 기본으로 했으나, 적절하게 잘 만들어진 자작 그래픽 리소스들은 하나같이 정성이 돋보인다. 특히 여러 표정의 페이스 칩이나, 도움말, 오프닝과 엔딩에 사용된 일러스트 등은 감탄을 자아낸다. 대걔 이러한 것은 작업량이 매우 많은 터라 팀단위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것인데, 1인제작에서 이러한 퀄리티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놀랄만 한 것이다.(이정도 소재 생산력이라면 GTBS를 노려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반적인 맵배치 또한 다소 심심한 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VX에 알맞게 아기자기한 형태로 잘 구성되어 있다. 캐릭터부터 맵배치까지 RTP 소재를 사용한 덕에 일관성이 있어 어색함이 없어보인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하겠다.

마치며

  아직 '왕녀와 기사'는 겨우 1화만이 선보여졌다. 현재 2화가 제작 중이며, 앞으로 어디까지 제작될지는 미지수인만큼 1화만 보고서 게임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속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독창적인 자작 리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나 재미있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단시일내로 해결 할 수 없는 것들이다. SRPG 첫 작품이었던 만큼 미흡한 점이 있으나 그 단점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언젠가 나올 '왕녀와 기사 통합판'을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1. 소프트네 작업실, http://softfactory.egloos.com/1468315 [본문으로]
  2. ひきも記, http://hikimoki.sakura.ne.jp/ [본문으로]
  3. GTBS v.1.5.1.4, http://www.rmxpunlimited.net/resources/scripts/item/gubids-tactical-battle-system [본문으로]
  4. 아방스에 SRPG 첫번째 버전이 에틴님에 의해 번역되어 올라온 이후 아이미르(IMIR)님에 의해 여러번 개조되었다. [본문으로]
  5. Team Ilias, http://cafe.naver.com/teamilias [본문으로]
  6. 여기서 지켜야 하는 대상은 전투불가의 NPC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는 '~를 지켜라'라고 하기보다는 '~의 생존'이라 하는 것이 보다 옳겠지만, 문맥상 의미가 통하므로 자세히 논하지 않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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