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a2에 망령의 밤이 찾아온 이유는?

들어가며

  Valve社의 Dota-like 게임 Dota2는 겨울을 맞아 망령의 밤 이벤트가 한창입니다. 망령의 밤은 Dota2의 영웅 중 하나인 해골 왕이 거듭된 부활 의식(궁극기)을 한 결과 뼈 역시 유한함을 깨닫고 진정한 불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망령을 모아 망령 제왕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배경 이야기를 지닌 독특한 디펜스 모드로 보상으로 모은 재료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비단 망령의 밤 이벤트 뿐만 아니라 새로이 추가된 군단 사령관과 랭크 매치 메이킹 시스템 등이 화재가 된 업데이트입니다.

  이번 이벤트를 기점으로 해골 왕은 망령 제왕으로 바뀌게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때문에 혹자는 해골 왕의 모습을 사랑했던 팬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많이 아쉬워 했습니다. 해골 왕이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새로이 나온 늙수그레한 망령 제왕을 놓고 비교해 본다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서 영원히 캐릭터 모델링을 바꿔버렸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운 점이 아닐 수가 없었고, 여기에 가볍게는 망상(크게는 음모론)에 가까운 하나의 가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이벤트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라고 말이죠.

해골 왕과 망령 제왕

  Dota2는 꾸준히 오래된 모델링과 텍스쳐를 꾸준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왔습니다. 더불어 기존 워크래프트3 유닛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영웅들에 대해서도 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해서 리메이크를 진행해온 바 있습니다. 해골 왕 역시 워크래프트3에서의 해골 병사의 모습을 기초로 제작된 영웅입니다만, 워크래프트3라고 해서 해골 병사가 유달리 특별한 모델링을 지닌 것은 아니었기에 생김 자체가 리메이크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워낙 모델링의 퀄리티가 구형이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통해서 보다 강렬하고 이미지에 걸맞은 외형을 받은적만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유(낮은 품질, 저작권 문제)는 이번에 새로이 망령 제왕으로 태어난 해골 왕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모델링으로 수정하는 작업이 간단히 뚝딱 되는 것이 아닌 만큼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자면 회사의 입장에서 또한 해골 왕은 망령 제왕으로 바뀔 이유가 없었습니다.

( △ 좌측부터 해골왕, 중국판 해골왕, 망령 제왕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골 왕은 사라지고 망령 제왕만 남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바로 중국 시장 때문이라고 봅니다.

  중국은 Dota2의 가장 큰 시장입니다. 물론 다른 여타 게임에게 있어서도 중국은 매우 커다란 시장임에 틀림 없습니다만 워크래프트3와 Dota All Stars의 인기가 대단했던 중국이기에 더욱이 중요한 곳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런 중국에서 Dota2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앞서 서비스된 여러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Dota2 역시 문제 되는 영웅 모델링을 수정한 바 있습니다. 속살이 드러나 환부와 뼈가 직접 보여서는 안 되므로 해골 왕 역시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해골왕은 그 정체성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백골을 꽁꽁 싸맨 채 고전게임 오버로드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외형을 보고 이것이 어디가 해골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로써 해골 왕의 모델링은 중국 버전과 그밖의 버전이 상당히 차이가 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일치하지 않은 모델링은 각종 영웅과 관련된 아이템 판매가 주 수입원인 Dota2에게 있어서 적신호나 다름 없습니다. 아이템 제작에 있어 캐릭터 컨셉과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겨왔던 만큼 필연적으로 품질 하락을 가져오게 하는 "단일 아이템을 서로 상이한 두 가지 모델링에 모두 일괄 적용"한다는 것은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캐릭터에게 있는 서로 다른 모델링에 맞춰 각각 다른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 또한 비 효율적이기에 좋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 △ 좌측부터 구 모델링, 중국판 모델링, 11월 변경된 모델링 )

  결국 갈라진 두개의 모델링을 하나로 합쳐야만 했습니다. 그런 작업은 해골왕 이전에 퍼지의 모델링 변화에서 잘 보여줍니다. 기본 베이스를 수정된 중국판 모델링으로 갈아치워 버렸음에도 교묘하게 피가 묻은 앞치마를 입혀줌으로써 봉합된 상처임에도 벌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잘 살펴보지 않고는 그 변화를 크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해골 왕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원본 모델링은 중국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고 바뀐 중국판의 모델링은 해골 왕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진 모습이라 어느 한쪽을 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해골 왕의 스킨제작만 하지 않고 방치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Valve는 제3의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망령 제왕이라는 신의 한수를 말이죠.

  망령 제왕은 캐릭터 자체를 교체해버리는 상당히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저어되어 리메이크에 가깝게 변한 맹독사도 여기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의 강수였습니다. 그냥 진행했다간 반발이 나오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Valve는 망령의 밤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성공하게 했습니다. 캐릭터 배경을 활용한 이해가 가는 스토리와 거기에 걸맞은 특수 모드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템을 얹은 데다가 각종 업데이트까지 포함해 제공함으로써 큰 사달이 날 수도 있었을 말도 안되는 짓을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것입니다.

나가며

  막판에 김빠지는 소리이긴 합니다만, 어떠한 관계자의 신빙성 있는 근거도 없이 나온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입니다. 부족한 지식으로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실상은 전혀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흥미 위주로 가볍게 작성한 글인 만큼 이견이 있더라도 매도하지 마시고 가볍게 읽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뒷 이야기….

  간만에 쓴 글인데 TIG 메인의 게이머즈 핫이슈에 올라서 기분이 좋네요. 이번 서리축제를 보면서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끼고 작성한 글인데 다른 분들께서도 흥미롭다 여겨주셨는지 공감을 받고 올라갔네요. 왠지 네이버 메인에 떴다고 포스트 수정하는 것처럼 속물스러워 보이는 짓이긴 하지만 다시 이 포스트를 돌아 보았을때 이런 일도 있었지 라는 추억으로 남도록 사족을 달아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