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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발렌타인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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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본 리뷰에는 미리니름(spoiler)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십시오.




1. 들어가며


  '메리 발렌타인 ~오징어의 저주~'는 1인 제작팀 저질프로젝트의 벽장속달력님께서 제작하신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입니다만 제작자분께서는 병맛추리로맨스☆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국산 비주얼 노벨 제작엔진 네코노벨로 제작된 것으로 아방스에 우수작 투표에 올라와 투표가 종료되었기에 이번에 리뷰를 올립니다.


  * Official Site : http://ses204.dothome.co.kr/


2. 진행




  이 게임은 네코노벨로 제작된 비주얼 노벨입니다. 일반 적인 비주얼 노벨과 큰 틀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조작 역시 몇개의 단축키를 제외하곤 마우스 클릭만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네코노벨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나간 대사 열람을 비롯한 저장, 불러오기, 옵션 등이 모두 건재하며 각종 패러디를 버무린 소소한 미니게임을 하면서 배드엔딩 12개, 노말엔딩 한 개, 해피엔딩 한 개, 히든엔딩 한 개를 보는 게임입니다.


3. 소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래픽 입니다. 한눈에 봐도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보이는 그래픽이 돋보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SCG 및 ECG를 비롯한 자작 그래픽부터 깔끔한 디자인의 GUI, 도입부터 나오는 애니메이션 등은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이 들어갔는지 잘 보여줍니다. 더불어 적재적소에 위치한 사운드도 준수하여 외견적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는 작품입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초심자를 배려도 잘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에 그림을 띄워가면서 앞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몇몇 미니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외통수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힌트를 제공하는 배려를 보입니다.


  스토리는 알사람만 아는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는 것은 유행을 타는 드립이 많아 쉽게 휘발되기에 다소 호불호가 갈리리라 생각됩니다. 사건의 핵심이 되는 갈등의 소재는 신선했습니다만, 이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다소 상투적이라 초반의 흥미가 쉽게 식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자칫 루즈하게 가라앉을 게임을 각종 패러디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해서인지 전체적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중간 중간의 아는 패러디가 나오면 확실히 웃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병맛추리로맨스☆라 자칭하는 장르답게 나름의 구색은 맞춰둔 상태입니다. 진행 중 수집되는 정보를 모아둔 수첩이나, 획득한 아이템을 모아두는 가방이 존재하며, 장소에 대한 조사 및 이동 기능과 더불어 각종 미니게임을 집어넣었습니다. 기능적으로만 보았을시 충분히 훌륭한 추리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겉보기에만 그러할 뿐입니다.



  우선 수첩의 정보는 중요한 순간에는 보지 못하는 데다가 한 번도 열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게 유용하지 않습니다. 수첩 열람이 여러단계의 선택지를 거쳐서 도달하도록 되어 있기에 너무 번거로워 진엔딩에 이르기까지 수첩을 열람하지 않았습니다만, 진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쓸모가 있을 부분이라면, 일러스트도 없이 이름만 달랑 제시하면서 묻는 중간점검 시간뿐입니다만, 수첩 열람이 불가능하다보니 그저 세이브를 하고 게임플레이를 중단한 다음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 진행상황등을 다시 둘러보며 이어하는데 말곤 쓸데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동 방식 또한 불편합니다. 게임 진행이 선형적으로 구조화 되어 있어 장소의 이동은 매번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동선을 낭비시켜 무의미한 플레이시간을 늘이게 되어있습니다. 이동간 대기도 많이 들어간 터라 메시지 스킵키인 Ctrl을 자주 찾게 됩니다. 차라리 학교 전경이 보이도록 하고 중요 이벤트가 나오는 곳에는 표시를 해주어 원하는 장소를 클릭해 바로 이동 가능하도록 했다면 좋았습니다.



  그에 반해 각종 심문 모드는 잘 만들어진 미니게임입니다. 뻔한 진행에 답이 보이는 관계로 다소 엉성해 보이는 것이 흠입니다만, 그래도 추리 게임의 패러디라서 인지 원작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옮겨온 터라 잘 만들어진 만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게임 내에서 가장 재미 있는 부분으로 나름 몰입할 요소였습니다.


  더불어 각종 수집한 아이템의 사용 또한 높이 평가할만 한 부분입니다. 잘 구성한 인벤토리 시스템 뿐만 아니라 여기서 획득한 물품을 하나도 남김없이 잘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각종 미니게임은 겉보기엔 소소한 재미를 주는 듯 해 보이지만, 실상은 낚시로 인한 게임오버를 유도하는 장치일 뿐입니다. 게임에서 제시하는 정상적인 진행방식이 곧 낚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2개나 되는 게임오버에 들인 공이 어지간한만큼 다 보여주고 싶은 제작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강제적인 유도로 인해 12번이 넘게 타이틀 화면을 봐야하는 플레이어의 마음도 고려했어야합니다.


  정말 몇몇 게임오버의 경우는 준비도 없이 등장하기에 몹시 당황스럽고도 짜증이 나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미니게임에서 플레이어를 함정으로 유도하는 부분도 부분이지만, 조사 모드에서 준비해둔 게임오버는 용서해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명확하게 조사 가능한 오브젝트에 대한 구분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위로 이곳 저곳을 클릭하도록 해둬놓고 그 사이에 3x3 지뢰찾기마냥 게임오버를 넣어둔 것은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그렇게 많은 게임오버를 만들었다면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복귀할 수단 역시 제공했어야 합니다. 지금의 상태는 완전히 세이브 포인트 없는 고양이 마리오나 다름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막장게임, 쿠소게 등도 생각이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함정을 내놓기 전에 세이브 포인트를 제공해서 쉽게 재도전이 가능하게 하곤 합니다만, 이 게임은 알아서 저장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다시 플레이 해야 합니다. 그나마 비주얼노벨 엔진을 기반해서 제작했기에 대사를 빠르게 스킵해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덜 불편하다 뿐이지 불편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막장게임들도 나름 수요가 있어 인터넷 방송 등에서 소재로 활용되긴 합니다. 일부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코미디를 자청하기도 하고, 일부는 게임을 통해서 극기훈련을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게임은 높은 난이도에 대한 도전을 할만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모두 방송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정에 사용된 패러디는 재미있습니다만, 매번 빠지는 그 함정들이 모두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에서 게임오버가 되면 대충 아씨밤쿰같은 전개로 다시 게임에 쉽게 복귀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서도 투명드래곤이 나오더라도 자주 멍때리는 주인공의 망상으로 치부했다면 좋았을터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오버는 정상적인 엔딩이 아니며 준비된 배드 엔딩은 중심된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난 콩트에 불과함에도 이를 멀티엔딩마냥 구성해 두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가벼운 장난임에도 그만큼 가볍지 않아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사실 위에서는 패러디가 재미있어 웃고 넘어갔다고 말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토리입니다. 병맛추리로맨스☆라는 장르에 비해 스토리 구조가 매우 단순해서 앞에 뻔이 보이기 때문에 정작 게임플레이에서 추리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멀티 엔딩을 표방하고 있지만 스토리와 무관한 다양한 종류의 게임오버일 뿐 제대로 된 마무리가 아닙니다.


  더불어 내용적 결함이 있습니다



  더불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알겠지만 너무 플레이어에게 이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고리타분한 주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가운데, 주제에 너무 얽메인 나머지 작위적 진행이 답정너같아 감동이 오기 이전에 다소 불쾌감이 듭니다. 해피엔딩이라는 이름의 선택지가 조롱하는 듯 해서 괴롭습니다.


4. 기타


  각종 메뉴 전환간의 소소한 버그가 존재합니다.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으나 간헐적으로 나타나긴 합니다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니 넘어갑니다.


  게임 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것이 처녀작이라는 점입니다. 일인 제작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처녀작으로 이정도 볼륨과 퀄리티를 갖춘 작품을 내놓았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준비하고 계시는 차기작 또한 매우 기대가 됩니다.


5. 나가며


  상당히 공을 들인 적당한 볼륨의 고퀄리티 작품입니다. 분명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좋은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과 비 게임의 경계가 애매한 비주얼노벨인 만큼 구분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요층은 확실히 존재하겠습니다만, 인터넷 게임 방송 실황자에게 리퀘하고 감상하기에나 좋겠지 직접 즐기라고 지인에게 권장할만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일인제작, 고퀄리티, 적절한 볼륨의 삼박자가 맞은 게임이니, 네코노벨로 게임 제작을 해보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플레이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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